만선의 회귀를 기다리며 / 정숙영

 

 

터를 잡고 정박한 배는

시간이 지나도 돌아가지 않았다

 

가끔 계절이 찾아와 안부를 전하고

따뜻한 햇살이 수인사를 건네지만

한 번 승선[乘船]한 후론

의지는 희망의 언어일 뿐

정박한 채 살아가야만 한다

 

뜨락엔 무수히 많은 생명의

흡입구가 어지럽다

열리지 않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수없이 배회하며 족적(足跡)을 찍었지만

누구의 것인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생존의 아늑한 사유는

언어로 내뱉지 못하고

서로의 투명한 가시거리는

지친 기다림에 자페증을 앓고 있다

 

구멍난 생채기 안고 견뎌야하는

울음소리도 서럽다

칠흑같은 어둠 속을 헤매다

안으로만 파고드는 뜨거운 숨결은

회귀를 갈망하는 비감의 언어로

시간만 재촉한다

 

   

프로필 : 정숙영

시인, 사회복지사, 칼럼니스트, 시치유p/g연구위원

보은노인전문요양원 원장(진각복지재단)/ 현대문학신문작가회장/ 한뇌인지회상연구회전문교육위원 / 아동문예동시문학상 /현대계간문학2018문학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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