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신동호

 

나의 어머니에게도 추억이 있다는 걸

참으로 오래 되어서야 느꼈습니다

 

마당에 앉아 봄나물을 다듬으시면서

구슬픈 콧노래로 들려오는

하얀 찔레꽃

 

나의 어머니에게도 그리운 어머니가 계시다는 걸

참으로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부르는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손은 나물을 다듬으시지만

마음은 저편 상고머리,

빛 바랜 사진 속의 어린 어머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아

어머니의 둥근 등을 바라보다 울었습니다

 

추억은 어머니에게도 소중하건만

자식들을 키우며

그 추억을 빼앗긴 건 아닌가 하고

마당의 봄 때문에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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