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 정숙영
어머니의 투정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한 날은
내가 꼭 울게 된다
예전의 모성애 강한 말투가 아니기에
더욱 아리다
상추잎처럼 얇아진 발바닥이
고독으로 가득 찬 거실 한 켠,
걸음마 배우는 아기처럼 어머니는
아장 아장 배회하며 멀리 가는 길
연습하는 것 같다
졸시 한 편 빚어보겠다고
어머니 발자국소리에 태연한 척
키보드만 두들겨 댄다
어머니의 연약한 몸짓에서
나는 더욱 불효의 늪에 빠진다
자연의 섭리 속에 이승의 인연
어머니 생의 심지도 줄어드는데
그 마음 헤아리지 못한
내 안의 심지도 타들어 가는데......
[현대계간문학 2017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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