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 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비밀>

 

,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나에게>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잊는다는 것>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 가는 것에 대한
포기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너에게>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나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아침은 올 거야>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 거야

 

 

 

 

< >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약해지지마'


시바타도요 (1911.06.26 - 2013.01.20)

 

1911년 일본 도치기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자랐지만 10대에 가세가 기울어 형편이 어려워지자

학교를 그만두고 음식점 등에서 더부살이를 하기도 했다.

 

20대에 결혼을 하였지만 곧 이혼하였고, 33세에 요리사 남편과 결혼하여 외아들 겐이치가 있다.

 시바타의 취미는 일본 무용이었는데, 90세가 넘어 무용을 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아들 겐이치는 어머니에게 시 쓰기를 권유하였다.

겐이치는 시바타가 쓴 시를 신문사에 투고하였는데,

이 시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산케이>신문 '아침의 노래' 코너에 실렸다.

 2009년, 시바타는 장례비로 모아둔 100만 엔을 첫 시집인 <약해지지 마>를 출간하는 데 사용하였다.

 

당시 그의 나이는 98세였다.

시바타의 시는 긍정적인 태도와 순수한 마음이 담겨 감동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약해지지 마>는 일본 내에서 150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한국, 이탈리아,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번역되었다.

 

2011년에는 3월 발생한 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시를 발표하였으며


6월에는 시집 <100세>를 출간하였다.
시바타가 시쓰기를 통해 알게된 것은 인생에 괴롭고 슬픈 일만 있는건 아니라는 사실이란다.

 

이 분의 시를 통해 늙음이나 외로움에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는 밝은 모습을 볼 수 있고 글 속에 녹아있는 긍정적인 생각은 많은 분들의 삶에 희망과 용기를 주고

현재의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느끼게 해준.


한편 시바타 도요는 숙환으로 2013년 1월 20일 타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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