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콘셉트'를 찾을 것

(KBS 김한별 아나운서의 '소소한 노하우')

20091230, KBS의 아나운서 공채 시험은 2009년의 유일한 공중파 아나운서 시험이었다. 대부분의 아나운서 준비생들은 이 시험에 응시했다. 금융 위기로 어려운 방송사들이 또 언제 시험을 볼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기소개서를 첨삭하고 수정하느라, 미리 카메라 테스트를 준비하면서 아카데미 점검을 받느라 모두가 정신없던 그때,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났다. 심사 위원이자 미래의 선배님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나 스스로를 잘 알아야만 했다. 여행을 떠나면서 핸드폰과 인터넷은 차단했다. 내 생각을 정리할 노트 몇 권과 펜,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써온 일기장들과 다이어리들을 들고 갔다. 철저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싶었다. '진짜 나'를 만나고 싶었다.

        

자기소개서는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이런 생각과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 이 회사에 이렇게 기여할 수 있는 인재입니다.’를 소개하는 중요한 문서이다. 면접장에서는 심사위원과 나를 연결해주는 유일한 통로이며,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나를 파악하게 할 수 있는 무기이다. 그렇게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나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개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혼자만의 여행을 하면서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며 나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보다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나를 분석하려고 노력했다. 어차피 단점을 보완하기 힘든 시간이라면 장점을 극대화해서 나의 개성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개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비슷비슷한 지원자와 차별화될 수 있는 나의 특징을 살펴본 결과 아카펠라’ ‘헬스 트레이너’ ‘스윙댄스 강사경력 등이 떠올랐다. 더 좋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길게는 4년 동안 배우고 즐겼던 것들이었다. 송에서 이 들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단순히 주목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 활동 중 방송의 속성과 맞닿아 있는 경험들을 생각했다. 이 들을 하나로 압축하는 것이 필요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했다. 아카펠라와 스윙댄스의 경우 나를 희생해서 더 큰 화음이나 춤사위를 만들 수 있는공통점이 있었다.

‘목소리로 춤추는 아나운서’

내가 선택한 내 자기소개서의 콘셉트였다.

자기소개서에 너무 자세한 내용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예고편'을 넣어두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이다. 심사위원과 지원자가 만나는 짧은 시간에 지원자를 파악할 수 있는 '힌트'를 주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내가 듣고 싶은 질문을 녹여내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를 읽는 심사위원이 질문하고 싶은 요소를 넣어서 궁금증을 유발한다. 자기소개서에 너무 자세한 내용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예고편'을 넣어두는 것이다. 자세한 설명은 면접장에서 질문을 받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렇게 자기소개서를 통해 내가 원하는 질문을 받았다면 자기소개서를 쓴 1차 목적은 달성한 것이다. 적어도 심사위원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궁금해했다는 의미이다. 

자기소개서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 필요하다. 이해하기 쉽게 '콘셉트'라고 하겠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감각으로 판단하고 상상하기 때문에 그 지원자를 만나기 전에 그릴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래야 그 지원자를 만났을 때 질문을 하고, 질문에 맞게 그 사람을 평가할 기준을 갖게 된다. 그때 필요한 이미지가 '콘셉트'다. 그 콘셉트를 면접 전, 자기소개서에서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아니, 자기소개서에 담아야만 한다. 지원자가 의도한 콘셉트와 심사위원이 머릿속으로 그린 콘셉트가 일치하는 자기소개서가 좋은 자기소개서이다. 그만큼 지원자와 심사위원의 거리, 간극을 좁혀 준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소개서를 보여주고 느낌을 물어봐야 한다. 사람마다 그려지는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평가를 거쳐서 하나의 자기소개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진짜 나'를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만들어야 한다. 자기소개서에 일종의 캐릭터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과정, 자기소개서는 자기소개서로 끝나지 않는다. 면접과 평가의 모든 시작, 바로 '자기소개서'이다. 

‘목소리로 춤추는 아나운서’
내가 선택한 내 자기소개서의 콘셉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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