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복지사 2018. 2. 21. 14:32

핑계 / 정숙영

 

어머니의 투정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한 날은

내가 꼭 울게 된다

예전의 모성애 강한 말투가 아니기에

더욱 아리다

상추잎처럼 얇아진 발바닥이

고독으로 가득 찬 거실 한 켠,

걸음마 배우는 아기처럼 어머니는

아장 아장 배회하며 멀리 가는 길

연습하는 것 같다

졸시 한 편 빚어보겠다고

어머니 발자국소리에 태연한 척

키보드만 두들겨 댄다

어머니의 연약한 몸짓에서

나는 더욱 불효의 늪에 빠진다

자연의 섭리 속에 이승의 인연

어머니 생의 심지도 줄어드는데

그 마음 헤아리지 못한

내 안의 심지도 타들어 가는데......

 

[현대계간문학 2017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