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의 낭만시대-시낭송콘서트에 다녀와서
2011년 3월 18일(금) 오후 7시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교보문고-대산문화재단과 함께 하는 sbs 최백호의 낭만시대-시낭송 낭만 콘서트'에 다녀왔다.
진행에는 구수한 입담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수 최백호님과 시인 곽효환님이 맡아서 투박하면서도 재치있는 입담으로
행복한 시간으로 답례를 하였다
내가 이곳에 참석하게 된건 순전히 '어르신을 사랑하는 연구모임-일명 (어사연)
공부방의 '강물'님의 덕분이다
강물님은 낭만시대 프로그램의 작가님이다
미리 철저한 사전예약제로 초청을 받은 사람만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한마음으로 질서정연한 행사장 분위기를 접하면서
강물님의 오랜세월동안 해오신 업무적인 경륜이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인지 2시간동안 진행되는 행사였으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천리로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오후 6시 20분 부터 선착순 입장이니 좀 미리 와야 한다"는 관계자의 안내전화를 받고
미리 약속했던 이혜정시낭송가님과 함께6시에 만나서 입장...
VIP석 이라고 이름을 붙여주며 둘째 줄 중앙에 앉았다
라이브가수를 이렇게 빤히 바라볼 수 있는 행운을 안았던 기억은 예전 언론사 일로 방송국 출입을 할 때에도
경험해 보지 못했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황홀감에 내내 들떤 기분으로 즐거웠다.
내가 평소 존경하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과 정호승님을 초청하여 시낭송회도 함께 꾸며졌다
또한 진행을 맡은 가수 최백호님도 7080세대들이 좋아하는 애청자들에게 자신의 노래(낭만에 대하여)를 선물하였다.
시의성 있는 주제와 다양한 작가와 함께 낭송의 즐거움으로 하루를 휴가내면서까지 참석했던 내게
오면서 과연 멋진 행사일까?아닐까?를 반복하면서 왔는데...본전에 덤까지 받은 기분이다.
오신분들 이 대다수가 sbs낭만시대 애청자였고
우린 강물님의 든든한 빽(?)으로 어사연 멤버(캐롯님 외 00명-성함을 다 못외움)들이 특별대우를 받았다.
음악에는 자신만의 음악을 고수하며 꿋꿋하게 외길을 걸어온 가수 안치환과
제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은상에 빛나는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님의 열창으로 이어졌고~~
그리고 교보문고에서 초청하신 분들 ~
실내를 꽉 메운 청중들이 몇 명인지도 모를 정도로 시와 음악에 관심있는 분들의 열정으로 뜨끈! 뜨끈!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
김용택님은 낭송과 함께 시와 함께 살아가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도 전해주셨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2부 순서에는
청취자 최연숙님과 김현주님의 자작시 낭송이 소개되었으며
진행을 맡은 곽효환시인님은 작품 시집 '지도에 없는 집'이란 시를 낮은 목소리로 분위기있게 낭송해 주셨다
이어서 인기가수 안치환님과 정호승 시인님이 주고 받는 대화와 객석에서 보내는 질의응답 시간도
이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광경이다.
정호승님이 낭송해주신 '밥값'이란 시를 들으면서 바쁜 일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나간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밥 값 /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말시고 꼭 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시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호승시인님의 부모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 한 켠이 찐한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아침 9시가 되면 부모님이 계시는 집(작업실 겸 사무실)으로 출근을 하고
오후 6시면 퇴근을 한다고 전해 주셨다
부모님 살아계실적에 자식 얼굴 맘껏 보여드리고
가까이서 모시고 살지는 않더라도 작업하는 순간이라도 숨결소리 들으면서 곁에 있고 싶으시다고....
사랑과 노래와 시가 어우러진 3월 18일 금요일 저녁!
두 시간이 넘도록 시와 노래와 이야기 꽃바람에 젖어 상기되었던
그 행복한 순간을 내내 기억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만들어 주셨던 강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