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서재]/♠시와 생활

여름향기[현대문학신문 21호]

행복한복지사 2016. 8. 2. 23:39


여름향기 / 정숙영


파아란 하늘에 양털 이불 깔고

등나무 아래에서 그늘 안고 조는 사이

여백(餘白)의 시간 비집고

바람 그네 타고 오신 님


여름 향기로 그린 수묵화 한 점

채색된 등나무 가지마다

겹겹이 올라타는 새순들

가지 끝에 매달려

올망졸망 무등 타는 사남매 모습


유년의 추억으로 날개 펼치는 사이

바람은 목마름에 회오리로 달아나고

떠난 자리

상념(想念)과 흔적의 이슬 한 방울

메아리 없는 그리움으로 운다.

 


[현대문학신문 제 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