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복지사 2022. 7. 8. 17:52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에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로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다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런 풀이 무성할 게외다.

 

일제강점기 식민지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민족에 대한 사랑과 독립의 절절한 소망을 시로 표현한 민족 시인으로 윤동주시인

윤동주가 살았던 시대는 일제강점기시대로 1910년에서 1945년까지 조국은 외세에 강점되고 친일과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였다. 특히 윤동주가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절은 1938~1941년으로 창씨개명과 위안부 설립, 전쟁을 위한 강제 징용, 국어폐지, 역사, 국사교육 강제금지가 있을 때였다.

당시 조국을 사랑하고 외세에 반하던 개인은 무력함을 깨닫기만 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의지와 기세는 사그라 들줄 모르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살아온 윤동주 시인은 조국을 잃은 비통함과 자신의 의지, 희생정신과 순결함을 문학으로 승화하며 자신의 바람과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식민지 지식인 청년이던 시인 윤동주

​시인 윤동주는 1917년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1945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했다. 윤동주는 1941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민족‧한글 탄압이 극심했던 일제의 검열에 걸릴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원고를 윤동주의 후배이자 벗인 정병욱이 자기 집의 마루 밑에 몰래 간직했다가 해방이 되자 책으로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