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복지사 2015. 11. 13. 11:25


마당 넓은 집
전용숙

1
욕심껏 들여놓은 햇살에 배부른 네모
땅을 돌아 부엌 쪽문 밖 장독대
감나무 곁 토마토 주렁이던 뒤란
그늘만 가득한 길엔 서러움 한 무더기
이끼로 자라 초록초록 날을 키워 갔었지
마당만큼 넓은 치마폭 그늘없이 내딛던
일부자 할머니 서러움은 뒤란 쪽마루
담뱃대에 담아 세월을 날리며
여자 여자가 함께 아들바라기를 하던 곳
2
장 날 아침 세월을 묶은 허리끈
머리 위 곡식섬은 자존을 누르고
살아 남으려는 몸부림은 쉬지않는
발길로 고개를 넘고 모퉁이를 돌아
다시 개울을 건너 끄끝내
마당 넓은 집 마당에 돌아!올 때
바라던 건 누룽지 강냉이에
빨간 운동화
할머니가 향하는 곳은 마당을 지나
뒤란 쪽마루
긴 담배연기에 노을이 타던
그 날 쪽머리에도 노을 물들다

3
마당 넓은 집 우물 곁 분꽃 피던 날
서러움 위로하려 일찍 피는가
분꽃 보는 눈길 고왔던 나날
마당이 메워저 그늘 없어진
햇살 가득한 거실이 된 마당
할머니 몸둘 곳 몰라 구석 구석으로
들고있던 담배도 주인을 잃었다

4
하늘 넓은 집자리
이제야 그늘없다고 숨지 않는 몸
좋아라 옥색 치마저고리 날리는
그날 아침 할머니 목소리
넓으면 뭐하누 몸뚱이 하나 있을 때
없는데

2015.10.29

출처 : 예촌문학 동인회
글쓴이 : ____소쩍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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