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복지사
2010. 12. 1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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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이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의 새.
정감에 가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새/ 조광출판사/ 1971
80년대 초, 덕성여대 앞 인사동 골목엔 아주 작고 조용한 찻집이 있었다. 모과차 향기가 참 좋았던 차 탁자가 2개 뿐이었고
소박하고 따뜻했던 찻집이었다.
국문과 학생들은 공강 시간이면 그 찻집에 자주 들르곤 했다. 지금은 남편 곁으로 간 고 천상병 시인의 아내 故 목여사가
운영하던 '귀천' 이라는 찻집이었다.
천재시인이라 불리던 故 천상병 시인은 평론가로도 유명했었고 세상 물욕도 없던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가진 소박한 사람이었으나
우리 역사에서 암울했던 유신 독재정권 때 대학동기에게 술값 빌린 것을 빌미로 간첩 누명을 뒤집어 쓰고 전기고문으로 폐인이되었고
그로 인해 세상도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진정한 시인의 정신을 간직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세상에 대한 사랑의 찬가로
주옥같은 시들을 우리에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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