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영의 시치유프로그램/♠ 시치유 좋은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행복한복지사 2016. 11. 7. 12:49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게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 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도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개벽(開闢)>(1926)

시구 풀이 도우미

은 국토를 대유하고 있다.

지평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화자의 이상세계를 함축하고 있다.

침묵하는 조국 현실에 대한 저항적 심경이 표출되고 있다.

아름다운 나의 국토가 나를 이곳을 이끈 것 같구나.’

원관념은 도랑물이 흐르는 소리이다.

서두르지 마라의 대구 사투리.

동백기름으로 곱게 머리를 빗은 우리 농민의 모습을 상징한다.

모성(母性)으로 비유된 국토.

강한 노동에의 욕구를 표현하고 있다.

현실을 망각하고 있는 화자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봄 내음을 의미한다.

기쁨과 슬픔의 시각적 형상화(역설법)

정서적 불균형 상태를 형상화한 것이다.

국토를 빼앗겨 참다운 삶의 희망마저 빼앗기게 된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