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영의 시치유프로그램/♠ 시치유 좋은시
박방희시인 시 모음
행복한복지사
2023. 4. 27. 14:03
강둑에 앉아 너를 기다리다
박방희
강둑에 앉아 너를 기다리는 동안
강물은 푸르게 흐르고
나는 강변 모래처럼 늙어간다
이 강을 따라 가면 칠 백리
굽이굽이 날은 저물고
우리 사랑도 마침내 저물리라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흐르는데
오지 않는 너를 기다려
나는 흐르지도 못하고 둑이 되어 누웠다
눈부신 사구가 받아 뉘는
등 반짝이며 흐르는 강물처럼
내 꿈꾸는 사랑도 함께 흐르는 것인데
너는 아직도 아득한 상류인가
그래도 마른 가슴 채우며
한 번은 푸르게 흐를 너를 기다려
네가 올 강변에 시를 쓴다
출렁이며 강물은 흐르고
모래처럼 부서지며 나는 늙는다
어느 날 죽다 / 박방희
어느 날 인터넷에 내 이름을 검색하니
간밤에 무슨 성도 돌아가시다, 가 뜨고
모르는 여러 사람들이 명복을 빌고 있다
그것 참 나 모르게 내가 죽어 추모되다니
나 말고 또 어떤 이가 내 이름을 썼겠지
뜻밖에 듣는 부음에 내가 내 명복을 빈다